친구가 천안으로 이사를 갔다 시골토끼가 출세했다
집들이 가서 전날 진탕 술을 먹었으니 다음날 칼칼한 국물이 땡기는 토끼들은 천안의 짬뽕 맛집으로 이동한다
천안토끼가 된 친구의 차에 몸을 맡긴 채 무슨 터널도 지나고 논밭 보이는 길을 따라 이동하는데 점점 녹음이 짙어졌다
산도 큰 게 사방에 펼쳐진다
시골에서 온 토끼에겐 낯익은 풍경이긴 한데...
이런 곳에 짬뽕집이 있어???
짬뽕집이 있긴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다
모르고 들어섰다면 그냥 지나쳤을 비주얼이다 솔직히 스크린 골프장에 더 눈이 간다
어릴 적 당구장 아래 조그맣게 있던 배달 중국집이 생각난다 그 집은 맛이 없었다
오전 11시였나 꽤 이른 시간에 도착했음에도 가게 앞에 줄이 꽤 길다
안으로 들어가 카운터에 연락처를 남기고 순번을 받았는데 우리 앞으로 25팀이나 있었다
이쯤 되면 짬뽕 맛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대기하는 곳에는 사람이 가득했고 날이 더워 에어컨 빵빵한 차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어차피 입장 차례가 되면 전화를 준다 왜들 저기 앉아서 기다리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기에도 사람이 한가득이다
전화를 받고 입장했다
순번이 되었다고 금방 음식이 나오는 것은 아니고 말 그대로 입장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것뿐인데
테이블에 앉아 밖에 줄 선 사람을 바라보면서 괜히 어깨 한 번 더 펴본다 엣헴
짬뽕 5개, 하나는 순한 맛으로 주문해놓고 내부를 둘러보았다
테이블이 12개 정도 있는 생각보다 작은 가게였다
원래 그런 집 중에 맛집이 많다
오창에도 분점이 있는 모양이다
천안토끼 말로는 오창점은 맛이 좀 다르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불호란다
이 천안토끼의 입맛은 꽤 믿을만하고 틀린 적이 없으니 나에게도 불호일 것이다
애초에 오창이라는 곳에 가볼 일이 있을까마는..
짬뽕이 나왔다
매운내가 확 풍긴다
나 토끼는 매운 것을 잘 못 먹지만 좋아는 하는 편인데 국물 한 숟갈 떠먹으니 너무 매웠다
순한 맛을 시킨 친구토끼 것도 한 입 떠먹어봤다 아무래도 그쪽이 먹기엔 더 편해 보였다
맛은 매운 쪽이 더 나은 것 같아서 참고 먹기로 했다
매운 것을 즐기고 잘 먹는 토끼들이라면 주문할 때 더 맵게요-라고 하면 된다
우리 중에는 없었다
요즘은 아주 많이 먹지는 못해도 백반집에서 공깃밥 남기지 않을 정도로는 먹는 편인데 양이 많아도 너무 많다
둘이 나눠먹으면 딱 좋을 것 같은 양이다 남기는 사람도 많아 보였다
문득 하루에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이 궁금해졌다
조금 적게 달라고 하면 그렇게도 주는 모양인데 가격도 깎아주는지는 잘 모르겠다
음식물 쓰레기가 걱정이 된다면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 음식양을 줄여달라고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실제로 일행 중 세 명이 짬뽕을 남겼다 (그중 하나는 나였다)
아마 볶음밥도 같이 먹어서 더 배가 불렀던 것 같다
내 평생 또 언제 천안에 와서 이곳에 올 지 모르기 때문에 먹고 싶은 것은 남기더라도 먹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 지구를 위해 먹을 수 있을 만큼만 시켜먹는 현명토끼가 되도록 하자
확실히 맛있었다 너무 매워서 즐기지 못한 점이 아쉬웠지만 천안토끼가 추천할 만하다
특히 면이 쫄깃 탱탱하다 내가 좋아하는 식감이다
먹어보니 짜장면도 맛있을 것 같았다 천안토끼가 짬뽕을 먹지 않고 가면 후회할 거라길래 짬뽕을 시켰을 뿐이다
하나씩 시켜서 나눠먹는 선택지가 있었는데도 전날 술을 퍼먹고 속 쓰린 토끼들은 나눠먹을 생각 따위 하지 못했다
비록 짬뽕뿐이지만 면으로 시킨 것만은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친구토끼는 밥으로 시키지 않은 것을 아쉬워했다 이렇듯 토끼마다 입맛은 다 다르니 알아서 선택 잘 하자
먹는 글 다음에 바로 쓰기에는 조금 이상할지 모르겠는데
밖에서, 그것도 먼 곳으로 나가서 가게를 선택할 때 화장실은 꽤 중요한 부분이므로
앞으로도 가급적이면 같이 포스팅을 할 생각이다
가게 내부에 있지 않다는 점에서는 감점이지만
남녀공용이 아니라는 점,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준다
아쉬운 점은 비누와 핸드타월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합격이다
<해물화짬뽕>
충남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 교천리 130-1
매주 월요일 휴무라고 한다
휴무가 아닌 날에도 재료가 떨어지면 일찍 닫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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