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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무엇을 먹었나 _ 먹부림

[안성] 우정집 - 늦으면 문턱도 못넘는 냉면집

by 산다는건그런게아니겠니 2020. 8. 1.

 

맛있는 걸 먹으면 행복하겠지만 줄서서 먹는 건 싫어한다. "기다리는 동안 기분 안좋음"과 "먹으면 기분 좋음"이 맞붙어 0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입에 맛있는 것은 대체로 남들 입에도 맛있을 것이기 때문에 맛집줄서기는 식도락의 숙명과도 같다. 오늘은 연차를 내고서라도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줄서서 먹을 정도로 이 집 냉면을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줄을 서보았다.

영업시간은 오전 11:00 ~ 오후 14:00

가게가 열기 전부터 줄이 길고 재료가 소진되면 칼같이 닫기 때문에 직장인 점심시간인 열 두 시에 가면 이미 대기 마감이 끝나있을 것이다. (경험 있음)

 

 

 

 

아아 보자마자 숨이 턱턱 막힌다. 그나마도 일찍 갔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줄이 길지 않구나 안심....................따위 하면 안 돼!!!!! 속으면 안 된다. 저것은 용의 꼬리 지느러미일 뿐, 마음 놓고 줄을 서서 저 문을 넘는 순간 내부에는 끝없이 또아리를 틀고 구불구불 비틀어선 새로운 줄이 기다리고 있다. 바깥 줄이 그렇게 길었다면 분명 학을 떼며 돌아섰을 텐데 내부에 들어서버리면 기다림이 아까워서라도 발을 돌리기가 어렵다. 심지어 내부 줄은 자리배정에 가까울 쯤에는 대기의자도 있다. 의자에 앉아서 안팎으로 선 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상석에 앉은 듯 묘한 쾌감이 든다. 나는 곧 자리에 앉을 사람이라는 우월감이랄까. 이게 다 뭐라고...

 

 

 

 

 

물냉 곱배기2 일반1 비냉2

우정집 러버인 친구와 냉면광인인 나는 곱배기, 소식좌는 일반. 비냉은 이왕 여기까지 와서 줄까지 섰는데 다음에 또 언제 와보랴 맛볼 수 있는 것은 이번에 다 맛보고 가자는 마음에 나눠먹기로 하고 하나 시켜보았다.

 

 

 

대기중 셀프로 맛보는 온육수는 국룰

 

 

냉면집에 가면 식사 전후로 온육수는 꼭 챙겨 먹는다. 여기에서는 먹기가 조금 겁이 났는데 나쁘지 않았다.

사실 어렸을 적에 이 오래된 냉면집에 한 번 와본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때 주방장이 잠깐 바뀌었더랬나, 물냉에서 케찹맛이 난다는 감상으로 함께 갔던 일행과 함께 좋은 기억이 아니었어서 발길을 끊었다. 당시 웨이팅이 없었고 내부에도 손님이 거의 없었던 기억으로 보아 뭔가 잠깐 달라져 있었던 건 맞는 것 같다. "그건 네 기억이 잘못된 거다, 우정집 냉면은 내 인생 최고의 냉면"이라는 우정집 러버의 오랜 PR이 아니었다면 아마 앞으로도 쭉 오지 않았을 것.

 

 

곱배기는 계란도 곱배기

 

 

보기만 해도 시원한 살얼음 물냉이다. 간혹 물냉을 시키면 내가 냉면을 시킨 건지 얼음면을 시킨 건지 싶도록 뻑뻑하게 얼음만 나오는 곳들이 있다. 경험상 대체로 그런 곳은 맛이 별로였다. 물냉이란 자고로 육수는 시원하고 살얼음은 적당히 위에 덮인 정도가 딱 좋다. 

 

 

비냉은 이런 모양

 

 

 

 

가위로 서걱서걱

 

 

 

언제였더라.
냉면에 가위질을 하면 쇠맛이 난다는 헛소리를 들었던 게 생각난다. 고작 가위질 몇 번 했다고 쇠맛을 느낄 슈퍼미각을 가진 사람이 스탠그릇에 담긴 냉면을 스탠수저로 어떻게 퍼먹냔 말야. 하여튼 냉면은 워낙 인기음식이니 쓸 데 없는 자기고집이 판을 친다. 식초를 넣으면 되네 안 되네 면을 자르면 되네 안 되네..

나는 식초는 넣지 않고 겨자만 챱챱, 고명도 있으면 파나 고추를 넣어먹기도 한다. 내 맘이다.

 

 

 

먹는 사람 마음이야 하나 둘 셋 원투!

 

 

 

첫인상 때문에 내키지 않았었는데 역시 사람이나 냉면이나 한 번만 봐서는 모르는 법인가.
이 정도면 국물까지 싹싹 먹은 셈이니 만족스러운 한끼였다. 면발도 적당했다. 물론 이만큼 줄을 서서 다시 먹을 것인가는 글쎄. 아무리 맛있는 단골집이어도 입소문 타고 유명해지면 잘 안 가게 되는 성격이니까.

 

 

 

흰자는 안 먹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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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우정집>은 2021년 6월부로 영업종료하였습니다.

우정집 러버친구가 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