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행중에 찍어둔 사진을 이제 보고서 지난 기록을 남겨본다.
딱 두 번째 부여 방문이었는데 여전히 참 좋았다. 전생에 사비 좀 거닐어봤나 싶도록 가는 곳마다 그렇게 편했다. 솔직히 관광지로서의 부여는 한적하고 약간 심심할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시골에서 자라 지금껏 살고 있는 나는 이런 한적함이 참 친근하다. 이제는 첨성대보다 젠트리피케이션이 더 와닿는 경주와도 또 많이 다른 느낌. 그래서일까 부여는 맛집도 부여를 닮았다.
여행 내내 비가 왔기 때문에 사진이 전부 우중충하다. 참 신기하고 웃긴 것은 어디든 돌아다니면 비가 내리고 실내에 들어가면 그쳤다가 다시 문을 나서는 매 순간마다 또 비가 내렸던 일이다. 하필이면 친구들이 먼저 나가면 괜찮다가도 뒤늦게 내가 나가면 비가 오기 시작해서 비를 몰고 다니는 주범으로 몰려버렸다.
사실 전날에 세미나 때문에 먼저 부여에 도착한 1차 선발대로 이미 맛을 봤다.
첫날은 여길 다시 오게 될 줄 모르고 언제 또 맛을 보겠냐며 매운돈가스를 주문했었는데
하필 그 자리에 앉은 나와 친구는 맵찔이(...)
전날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치즈돈가스를 주문했다.
여행 중 같은 식당을 두 번 오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나와 친구들의 여행 중에서는 대만의 <진천미> 말고는 없었다.
그런데 왜 여기를 두 번이나 왔느냐. 내가 아끼던 우산을 두고 와서(...)
우산만 찾고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는데 마침 배가 고팠고 그럼 먹어야지. 이런 계획에 없던 일들이 여행을 더 오래 기억에 남도록 만들어 주는 게 아닐까.
바삭한 돈가스도 맛있지만 역시 돈가스는 뭐니뭐니해도 소스에 푹 절어 꾸덕한 옛날 스타일의 돈가스가 좋다.
일단 맛있다.
야들야들한 돈가스에 달큰한 소스, 그 속에 치즈. 맛이 없을 수가 있나.
나중에 다시 생각날만큼의 엄청난 별미는 아닐 지라도 부여의 익숙한 분위기와 닮은 맛이라서 좋았다.
가게 이름대로 소담한, 그런 한 끼였다.
- 낯익은 시골집, 풍경이 좋다. 실내도 아기자기.
- 메뉴가 단촐하니 세너명이서 하나씩 골고루 시켜먹기.
- 근처에 천 년 된 은행나무(주암리)가 있으니 여행코스로 넣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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