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명절쯤 극장 앞에서 <극한직업>과 <뺑반> 중에 뭘 볼까 고민하다가 결국 극한직업을 선택했던 기억이 난다. 결과적으로는 극한직업이 여기저기 예고편을 너무 많이 풀어놓은 탓에, 그리고 그 예고편에 액기스가 찌인~하게 다 들어있었던 탓에 정작 영화관에서는 신선하지 않아 실패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번에 넷플릭스에 올라온 뺑반을 보고 나서야 그때의 선택이 나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솔직히 배우들이 아까웠다. 주연들은 물론이고 조연까지 좋아하는 배우들로 가득해서 눈이 즐거울 줄 알았는데 마음이 괴로워 (...) 좋은 배우들 데리고 왜 이렇게밖에 살려주지 못했나 너무 아쉽다. 너무 많은 얘기를 담고 싶어서 이것 저것 끼워 넣다 보니 붕 떠서 산만해진 느낌이다. 초반에 강렬하게 들어간 걸크러쉬는 뒤로 갈수록 존재감이 사라지고 억지 감동 쥐어짜는 장면은 개연성이 부족해 하나도 공감이 안 된다. 각 인물마다 깊은 사연이 있어는 보이는데 대부분 지나가는 대사로 땡처리하거나 뭔가 되게 있을 것 같이 해놓고서 제대로 짚어주지는 않는다. 액션도 처음에 힘주고 들어가다가 점점 쳐지는 느낌이라 어딘지 모르게 2% 부족하고 최종 보스 격인 흑막은 있으나 마나, 이미 긴장감은 사라진 지 오래인데 은근슬쩍 속편의 여지를 남기고 끝나버렸다. 그저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게 연기하는 배우들만 있을 뿐 영화 자체는 크게 와 닿지 않았다.
"한 번이라도 아저씨한테 신세졌던 사람들, 한 번이라도 밥 얻어먹었던 사람들은
그냥 아무것도 따지지 말고 한 번만 도와주세요"
제일 싫었던 장면의 싫었던 대사.
아니 그 아저씨 좋은 사람이었던 건 알겠는데 이 장면이 이렇게 갑자기 늘어지게 시간 써가며 감동 짜낼 만큼 이전에 쌓아 올린 개연성이 있었던가. 극 중 배우들은 눈물 콧물 짜고 난리 났는데 정작 보고 있는 사람은 아니 뭐 왜... 어쩔 줄 모르겠고 불편해 죽겠는 그런 기분. 뜬금없이 연민에 호소해서 억지 감동 짜내가며 사건 도움받아 해결하려는 게 너무 구식이고 오글거려 참을 수가 없다.
- 킬링타임용
- 연기 잘하는 배우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 억지 감동에 오글 알러지 있으면 비추
- 손석구 배우 잘 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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