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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무엇을 보았나 _ 책, 영화

[스페인드라마] 종이의 집 (La casa de papel) : 시즌3 공개 임박

by 산다는건그런게아니겠니 2019. 7. 7.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 (La casa de papel)

 

"교수"라고 불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성을 중심으로 각 범죄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였다. 서로의 속사정은 중요치 않다 굳이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들은 서로를 도시의 이름을 딴 별명으로 부르고 톨레토의 저택에서 합숙을 하면서 교수의 치밀한 플랜대로 교육을 받는다. 그들의 목표는 스페인 조폐국. 그것도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교수 역의 배우 알바로 모르테 (Álvaro Morte)

사상자 없는 조폐국털이에 집착하는 교수. 강박적인 모습과 함께 아이같이 순수한 면도 있다. 어떤 면에서는 너드(nerd) 캐릭이지만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몸을 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안경 벗으면 급 섹시해져버려 (...) 여러 가지 의미로 위험한 캐릭터.

 

발생하는 모든 변수의 몇 발짝씩 앞서 미리 계획을 짜둔 교수 덕분에 경찰의 작전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착착 진행되지만 아무리 브레인이라도 사람 일을 전부 파악할 수는 없는 법, 안팎으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끊임없이 터지고 뒷처리도 복잡해진다. 심지어 교수가 경찰측 수사 지휘관과 사랑에 빠지면서 상황은 더욱 꼬이게 되는데.

 

 

무전으로는 범죄자(음성변조)와 경찰의 관계로 인질협상을 하고
만나서는 다른 관계를... 교수의 이중생활

 

한편 조폐국 안의 상황도 꼬여가기는 마찬가지. 단순히 돈을 "터는" 것이 아닌 "찍어내는" 계획이었음이 밝혀지면서 조폐국에 침투한 범죄자들과 안에 갇힌 인질들의 미묘한 공생이 시작된다. 이 때 무력으로 지배받는 작은 사회(조폐국)의 인물들이 상황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누군가는 저항하고 누군가는 이익을 위해 찬동하며 누군가는 순응하고 또 누군가는 사랑에 빠진다. 사람은 단순하지 않다. 절대악도 절대선도 없다. 이 복잡하고 미묘한 경계를 오가며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유지한 채 탈출 계획은 진행되고, 그러면서 숨쉴 틈 없이 벌어지는 사건들에 몰입하다보면 어느 순간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져있을지도 모른다.

 

 

조폐국 침투조의 트레이드 마크인 달리 가면

 

달리 가면 / 살바도르 달리 / 가이 포크스 가면

사건과 긴장의 연속이지만 시종일관 진지한 것은 아니다. 드라마의 화자가 되는 도쿄의 나래이션 속에도 웃음요소가 있고 예상치 못한 사건을 터뜨리는 어이없는 원인제공이라든가... 특히 무장강도와 코믹한 가면의 조합은 우스꽝스럽고 귀엽기까지 하다. 브이 포 벤데타의 가이 포크스 가면과 언뜻 비슷해보이지만 콧수염만 조금 닮은 이 가면은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가면이다.

 

살바도르 달리, 생소한 이름이겠지만 달리의 작품 중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그런 것이 있다

달리가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진 츄파춥스 로고의 초기 원형

 

포털사이트에서 살바도르 달리를 검색하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에스파냐의 초현실주의 화가. S.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설에 공명, 의식 속의 꿈이나 환상의 세계를 자상하게 표현했다. 스스로 ‘편집광적·비판적 방법’이라 부른 그의 창작수법은 이상하고 비합리적인 환각을 객관적·사실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 두산백과

 

잠재 의식의 심상을 탐구한 20세기 스페인 화가

- 다음백과

 

사상자 없이 조폐국을 털어 감쪽같이 사라지겠다는 계획부터가 어린아이의 꿈같은 이야기다. 이 계획은 교수가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들은 영화 이야기에서 시작된 것이기도 하다. (그랬는데 사실 그 영화는...) 아주 완벽한 계획을 세우면 누구에게서 돈을 빼앗지 않고 또 아무도 해치지 않고 돈을 가질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꿈을 꾸는 사람들. 달리의 가면은 그런 의미에서 이들에게 잘 어울리는 소품이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순수함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한데, 가면을 쓰고 옹기종기 앉아 있는 모습은 이들이 하는 범죄행위나 가지고 있는 무기들과 대조적으로 어딘가 나사가 빠진 것 같기도 하고 조금 멍청해 보인다. 비록 범죄자들이지만 우스꽝스러운 가면에 가려져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가면 속 표정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더 긴장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 꿈꿔왔던 영화 속 주인공처럼 다치는 사람 없이 조폐국을 털겠다는 이상과 그럼에도 결국 범죄는 범죄라는 현실을 보여주기에 이만한 것도 없다.

 

 

합숙 시절. 너드 선생과 문제아들 분위기 폴폴.

 

조폐국 안의 8인과 밖에서 이들을 지휘하는 교수의 심리전, 촉각을 곤두세우며 아슬아슬 위태롭게 순간의 위기를 해결해나가는 재미가 쏠쏠한 <종이의 집>. 나 토끼가 처음으로 본 스페인 드라마이다. 스페인어가 생소해서 처음에는 흥미를 못느꼈지만 그냥 별 생각없이 보다보니 시즌2까지 멈출 수가 없게 되었다. 인물 묘사가 탁월하고, 심리전은 쫄깃하고, 완급조절이 뛰어나 매 편의 끝을 볼 때마다 다음 편을 보지 않고는 못견디게 만드는 수작이다. 할 일 없는 주말을 순삭해버리고 싶다면 추천한다.

 

 

<종이의 집>은 2017년에 시즌1이 방영되었고 워낙 유명해 토끼도 작년에 이미 본 작품이다.

아마 넷플릭스 좀 본다 하는 해외드라마 팬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텐데 지금와서 이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시즌 3 공개가 코앞이기 때문

이미 지난 달에 시즌3 예고편이 올라왔고 7월 19일부터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시즌1,2는 스페인의 안테나3 채널에서 제작해 방영되었고 시즌3는 넷플릭스에서 제작했다고. 개인적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예고편에서 주는 기대감과 달리 막상 펼쳐보면 속 빈 강정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종이의 집>이라면 믿어볼 만 하다. 지난 시즌들이 워낙 이미지가 좋았으니 말이다.

 

아직 <종이의 집>을 보지 않은 토끼들이라면 미리 시즌1,2 정주행을 해두기 바란다.

 

 

 

 

 

 

"달릴 준비 됐나요?"

 

 

 

 

 

https://tokkiland.tistory.com/46

 

[스페인드라마] 종이의 집 시즌3 (La casa de papel, s3)

※ 주관적인 감상이며 스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고편을 보면서 대충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사건의 발단은 도쿄였다. 지난 시즌2에서 적지 않은 희생은 있었어도 어쨌든 일단 조폐국을 터는 데에 성공한 교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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