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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무엇을 보았나 _ 책, 영화

[중국드라마] 삼생삼세 십리도화 (三生三世 十里桃花, 2017)

by 산다는건그런게아니겠니 2019. 7. 19.

당칠공자의 인기 웹소설 <삼생삼세> 시리즈 중 십리도화편을 드라마화 한 작품

아이고 이거 너무 재미있어서 처음에 몇 박 며칠을 몰아서 정주행하고 나중에 또 정주행 하고 나중엔 좋았던 장면만 골라보고 그렇게 된다. 그리고 원작 소설을 읽게 되고 팬픽을 찾아보게 되는 마성의 드라마여. 한국에서는 중화TV에서 방영했다. 드라마만으로는 세계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으므로 책도 함께 보기를 추천, 이후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영화는 강력 비추천하는 바다. (출연 배우에 대한 지극한 애정이 있다면 모를까)

 

아래는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주의바람.

 


 

태초의 신(부신)이 혼돈으로 돌아가고 10만년 뒤부터 시작된다 (신들의 이야기라서 이 드라마의 시간 단위는 늘 이런 식이니 익숙해져야 한다). 사해팔황(4개의 바다와 8개의 땅)에는 천족인 용족과 봉황족, 구미백호족의 후예가 남았고 그 외에 마족과 익족이 공존하고 있는 그런 세계 (드라마 기준), 구미백호족은 신족 중에서도 신분이 높은 편이라는 설정이다.

 

구미백호족 청구 호제 백지의 막내딸 백천은 고집이 세고 말을 오지게 안 들어서 봉황족 절안의 손에 이끌려 사음이라는 이름으로 곤륜허에 들어가 수련하게 된다. 신도 세월이 지날수록 등급이 올라가는데 인간→선인, 신선상선, 상선상신이 될 때 천겁이라는 승급시험을 거쳐야 한다. 이겨내지 못하면 가차없이 죽어버리니 신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이다. 때문에 상신이 되기까지 몇 만년 동안 수련을 하는 만년 수험생의 신세.

 

곤륜허에는 남자만 받는다는 규율이 있지 (휘리릭 뿅)

머리만 올렸을 뿐인데... 드라마 설정이 그러하다고 하니 완벽하게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상상하면서 보자.

 

 

첫날부터 법기를 손에 넣고 17번째 제자가 된 백천.

절안이 거둔 새끼여우라고 속이긴 했지만 타고난 신분이 범상치 않아서인지 첫날부터 주인공 버프를 받아 법기(옥청곤륜선)의 주인이 된 사음(백천)은 그 날 이후로 곤륜허 전쟁의 신 묵연을 사부로 모시며 으마으마한 편애를 받는다. 막내 어화둥둥 오구오구 사고를 쳐도 다 커버해주고 떡 하나 더 주고. 이쯤 되면 16명의 사형들이 질투를 할 만도 한데 그런 거 없고 또 다 같이 어화둥둥 훈훈한 곤륜허..

 

막내라고 막 챙겨주고 인간계도 데리고 놀러다니는 착한 사형들

 

한 번은 사형과 함께 청구와 익계 경계를 지나가다가 익족의 수장인 익군에게 납치를 당한 사음. (드라마에서는 이 정도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사형에게 반한 익군이 신부로 삼으려고 데려간다. 이외에도 소설에는 약간씩 동성애 코드가 담겨있다)

 

거기에서 만난 익군의 둘째 아들이 사음의 첫사랑

이때 사부 묵연이 둘을 구하고 때마침 맞물린 사음의 천겁(승급시험)을 대신 맞는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음은 수련도 대충대충 놀러 다니고 사고만 치느라 수련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천겁을 맞았다간 죽을 수도 있기 때문 ㅡ 이라지만 아니 이런 엄청난 일을 대리시험 쳐도 됩니까?

 

 

네 됩니다

이런 야매도 인정해주는지 사음은 상선으로 레벨 업. 하늘이 너무 일을 대충 하네 (...)

 

이 일로 몸이 상해 묵연이 폐관수련에 들어간 사이, 사음은 익계에서 만난 익군 경창의 둘째 아들 이경과 알콩달콩 연애나 하고. (시청자 입장에서 본 묵연의 행동은 누가 봐도 사랑인데 사음 너는...) 그것도 친구까지 껴서 삼각관계에다가 대차게 배신 당해 실연의 아픔까지 첫사랑을 세게 앓았다. 

 

드라마 끝까지 악연이 되는 삼각관계

 

첫 남친이가 친구랑 바람나서 실연당한 것도 속 터지는데 익족과의 전쟁이 일어나 사부의 영혼은 흩어져버리고 가장 친했던 사형이 전쟁통에 죽어버리니 그제야 철들어버린 사음. 언젠가 돌아올 사부를 기다리기 위해 시신을 훔쳐 청구로 숨어버린다. 시신이 썩지 않도록 보존하는 능력을 가진 백구미호였기에 백천(사음)은 원래의 신분으로 돌아와 청구에 칩거하면서 무려 칠만 년간 자신의 심장을 찔러 낸 피로 묵연의 시신을 보살핀다.

 

익군이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는 동황종의 봉인을 풀려하고, 묵연은 자신의 혼을 희생해 익군과 동황종을 봉인해버렸다
전쟁 CG가 어설픈 감이 없지 않지만 나름 귀엽다 참고 보자

 

 

그리고 묵연의 혼이 흩어진 직후 묵연과 똑 닮은 야화가 태어난다.

 

원래 야화는 묵연의 쌍둥이 형제인데, 모신이 쌍둥이를 낳던 중에 태기가 좋지 않아 야화는 죽었고 그 혼이 흩어지는 것을 부신이 붙잡아 황금 연꽃에 봉인한 뒤 묵연에게 맡겨 곤륜허에서 보호받고 있었다. 묵연이 죽으면서 연꽃이 시들자 이를 안타까워하며 손을 갖다 댄 천군의 맏며느리 낙서의 몸에 들어가 잉태된 것이다. 야화는 어려서부터 영특하고 도력이 뛰어나 "겨우" 2만 살에 천겁을 견디고 상선이 되었을 정도. 당연히 천군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혹독한 영재교육에 표정이 없고 감정표현이 적은 7만 살 청년으로 자라난다 ㅠㅠㅠ

 

 

묵연과 또옥같이 생긴 7만살 청년

 

하지만 이때쯤 익군과 동황종의 봉인이 슬슬 풀리기 시작한다. 유일하게 봉인술을 전수받았던 백천이 홀로 재봉인 하려다가 되려 신력을 봉인당하고 기억을 잃은 채 인간계로 떨어져 버린다. 

 

얼굴에 점 하나 찍으면 다른 인물이 되는 것은 한국이나 중국이나 익숙한 클리셰

 

 

첫만남은 뱀의 형상을 한 야화 (사실 용)

 

그리고 인간이 된 백천은 잠시 인간계에 내려와 있던 야화를 만나고 또 찐하게 두 번째 사랑을... 

 

 


여기까지가 대충 11화까지의 간략 줄거리. 드라마는 총 58부작이다.

개인적으로는 인간이 된 백천(소소)이 야화의 아이를 가지고 천계에 올라간 이후의 이야기부터 더 재미있었다. 드라마와 원작 소설은 큰 틀은 같아도 조금씩 다른 결말 다른 관계들이 끼어있어 어느 것을 먼저 보더라도 둘 다 재미있다.

 

또 메인인 백천과 야화의 이야기도 좋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건 동화제군과 봉구(백천의 조카)의 이야기인데, 드라마에서는 좀 아쉬워서 책으로 만족해야 했다. (봉구 너무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워어어어 으어어) 동화제군과 봉구의 이야기는 삼생삼세 시리즈 중 <침상서>에 해당한다. 

 

백봉구 역의 디리러바 존예

 


 

영화판에서는 백천역을 유역비가, 야화/묵연 역을 양양이 맡았다. 주연 비주얼은 좋았을지 몰라도 연기, 연출, 기타 등등 모든 면에서 참패. 일단 원작의 세계관이 워낙 방대해서 한 시간 반 남짓한 러닝타임에 다 담아내기엔 무리였던 데다가 이미 드라마판에서 눈이 높아진 관객들을 만족시키기엔 여러 가지로 부족했던 작품이었다. 영상미부터가.. 색감도 촌스럽고.

 

 

드라마판의 미곡(왼) / 영화판의 미곡(오)
드라마판의 절안(왼) / 영화판의 절안(오)

아무리 봉황족이라지만 절안 상신을 닭으로 만들어놓다니 참을 수 없다.

 

 

 

 

물론 고장극의 여신 유역비 배우의 움직이는 화보를 보는 게 목적이라면 옳은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