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아이의 양육권을 두고 법정 공방을 다투는 중에도 일하랴 육아하랴 정신없이 살고 있는 워킹맘 지선. 일 때문에 아이에게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하는 지선 앞에 교포 3세라는 베이비시터 한매가 나타나고,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는 베이비시터를 보냈다며 탐탁지 않아하던 지선도 친자식처럼 살뜰하게 아이를 돌봐주는 한매의 모습에 점점 그녀를 믿고 의지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바쁜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한매도 아이도 사라져 버렸다. 경찰도 전남편도 양육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자작극으로만 여기고 믿어주지 않자 지선은 직접 아이를 찾아 나선다.
개봉 당시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 넷플릭스 신규콘텐츠에 올라온 것을 보고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스릴러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배우 공효진에 대한 편견이 깨지는 계기가 된 영화이다. 이전까지 공효진 배우의 역할은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하면서 애써 씩씩하게 노력하다가 마침내 성공하는 (일이든 연예든) 캔디 캐릭터가 대부분이었다. 지나치게 밝고, 어리숙하거나 조금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가벼운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미씽에서의 공효진은 다르다.
밝음, 발랄함, 사랑스러움의 대명사이던 로코퀸이 보여준 어두움, 절박함, 벼랑 끝에 선 모성은 두 이미지의 갭 때문인지 더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고정된 이미지가 굳어졌던 배우가 벽을 깨는 시도를 할 때 (특히 아역배우들이 성인으로 넘어갈 때), 끝끝내 이전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해 몰입을 방해하거나 반대로 기존 이미지와의 갭 때문에 (좋은 의미로) 더 인상 깊게 뇌리에 박히거나 둘 중 하나인데 여기에선 후자였다.
한국말이 어눌해 구급차 부르기가 어려웠던 한매가 죽어가는 아이를 안은 채 어두운 밤길을 달려가는 장면을 좋아한다. 바로 몇 걸음 앞에 불빛이 보이는데 밝은 곳으로 들어서기 전 아이는 이미 숨을 거두고, 싸늘하게 식은 아이와 몇 걸음 앞의 불빛을 번갈아 바라보는 한매의 표정, 어둠속에 주저앉아 흐느끼다가 울부짖음으로 변하는 한매의 오열. 이어 불이 꺼진 방 안에 모로 누워 한매의 아픔에 동화하는 지선에게로 연결된다. 늘 밝고 따뜻하고 부유함으로 그려지던 지선이 반대로 늘 한매의 것이었던 어둠 속에 누워 여자로서, 엄마로서 이입한다. 다시 봐도 역시 이 장면이 제일 좋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지나친 스포가 될 것 같아 말을 아낀다. 지선과 한매의 대비되는 연출도 좋았고 러닝타임 내내 지루함 없이 몰입할 수 있는 팽팽함이 좋았다. 엔딩은 아쉽지만 결말 자체에는 불만없다. 오그라드는 연출에 거부감이 있는 편.
딱 한 가지 정말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건,
극중 변호사 역을 맡은 조달환 배우와 형사 역의 김희원 배우를 잘 구분하지 못해서 처음에는 영화를 보는 내내 혼란스러웠다는 것. 배우분들에게는 죄송한 일이지만 사람 기억을 잘 못하고 분위기가 비슷하면 구분을 잘 못하는 사람인지라. 두 번째 볼 때부터는 점점 눈에 익어서 괜찮았다. (이 영화를 네 번 봤다)
- 스릴러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 장기매매, 성매매, 매매혼 등에 트리거가 있다면 주의바람.
- 15세 관람가이다. 모성애와 가족의 소중함을 보여주는 영화인가! 하면서 너무 어린 자녀와 보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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