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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무엇을 보았나 _ 책, 영화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 (The blind side, 2009)

by 산다는건그런게아니겠니 2019. 6. 24.

스포에 주의하십시오 라고 하기엔 나온지 오래 된 영화

 

 

 

 

 

스포츠와 친하지 않아서 관련 영화도 즐기지 않는 편이다. 아마 혼자 보려고 했다면 썸네일만 보고 지나쳤을 영화인데 짝꿍이 전부터 보고 싶었던 거라길래 같이 보게 됐다.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미식축구 선수인 마이클 오어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니만큼 미식축구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겠지만 더 나아가 사람과 사람의,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약물중독인 엄마와 강제로 떨어져야 했던 마이클이 위탁가정을 전전하다가 타고난 운동신경이 코치 눈에 띄어 사립학교에 전학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학교에 가게 된 것까지는 좋았는데 제대로 된 배움의 기회를 가져본 적이 없었던 마이클은 당연히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했고 주변은 편견 어린 시선으로 가득하다. (말 그대로 기회가 없었던 것뿐이지 지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직접 읽고 써야 하는 시험은 어려워했지만 선생님이 문제를 읽어주면서 눈높이 교육을 하자 제법 따라온다. 또 에어백이 터지면 어린아이의 경우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수 있다는 걸 인지할 정도의 상식도 가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내던 집에서 나와 오갈 데 없어진 염전 짠내 마이클 (...) 추수감사절 전날 반팔티만 입고 축 쳐져서 그나마 따뜻할 것 같은 체육관으로 가려는 마이클을 투오이 가족이 발견하고 리앤은 차를 돌려 마이클을 줍줍한다. <블라인드 사이드>는 모두가 외면했던 세상의 사각지대에서 마이클을 발견하고 빛으로 인도한 투오이 가족이 그에게 든든한 후원자이자 따뜻한 가족이 되어주는 이야기다.

 

 

 

 

 

 

마이클 오어와 투오이 가족

 

 

 

 

그러면서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신파극은 아니고 담담하게 현실을 마주하면서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통쾌하게 풀어나가는데, 엄마 역으로 나온 산드라블록이 그 역할을 잘해주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마이클이 아니라 리앤(산드라블록 분)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가족들 역시 리앤의 결정을 지지하고 마이클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아픈 과거를 딛고 일어나 훌륭한 선수로 성장한 마이클은 대견하지만 솔직히 영화에서는... 다 떠먹여 줬어 가족들이... 아낌없이 다 준 투오이 패밀리...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차 사주고 학교 보내주고 과외 시켜주고 

 

 

 

 

미식축구 선수 마이클 오어라는 결과물이 있으니 그랬다고 하면 그랬구나 하는 것이지만 영화만 놓고 봤을 때는 정말 영화 같은 이야기다. 요정을 만나 스.드.메 받고 유리구두까지 신은 신데렐라처럼 (신데렐라 세계관에 스튜디오는 없으니까 호박마차 넣어서 호드메라고 하는 게 맞겠다) 마이클 역시 아낌없는 지원과 응원을 받는데 솔직히 부러웠다. 그렇다고 마이클 개인의 노력과 타고난 재능을 후려치려는 것은 아니고 나도 누군가 숨겨진 내 재능을 발견하고 믿고 지지하고 응원해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누구나 귀인을 만나는 상상 한 번씩은 하지 않나... 않..나...?

 

 

 

 

 

아무튼 영화 잘 봤다

 

 

- 너무 무겁지 않아서 좋았다 (반면 잔잔하고 긴장감이 없어서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 가족과 함께 볼만한 영화

- 막내아들 너무 귀엽다

- 쿠키영상과 엔딩크레딧까지 보기를 추천

 

 

 

 

 

 

여담이지만, 마이클 오어는 2016년 뇌진탕으로 쓰러지고 2017년 팀에서 방출되어 그 뒤로 이렇다 할 이력이 없다

가족과 함께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고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