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나씩 글을 쓰려고 했었는데 어느 순간 잘 안 되는 것 같다. 요즘은 마음이 힘든 날이다.
이런 글이라도 쓸까 말까 고민하다가 적는다. 힘들고 지치고 우울한 것들도 어딘가에는 뱉어내고 싶지 않나.
모두 다 토해낼 수 없어도 그저 몇 줄 적는 것만으로 조금은 덜어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제는 엄마와 통화를 하면서 참았던 눈물을 쏟고 원망의 말도 뱉고 또 이내 미안해져 얼버무려버렸다.
속이 시원해졌는지 더 답답해졌는지 내 속인데도 잘 모르겠다.
그냥 비오는 창밖을 보면서 멍하니 앉아있다.
이런 날에는 <어느 날의 커피>라는 글귀가 떠오른다.
어느 날 / 혼자 가만히 있다가 / 갑자기 허무해지고 /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 눈물이 쏟아지는데 /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 만날 사람이 없다
주위엔 항상 /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 이런 날 이런 마음을 / 들어줄 사람을 생각하니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 / 읽어 내려가 보아도 / 모두가 아니었다
혼자 바람맞고 사는 세상 / 거리를 걷다 가슴을 삭이고 / 마시는 뜨거운 한 잔의 커피
아, 삶이란 때론 이렇게 외롭구나
이해인 수녀님의 글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고 누구의 글인지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다.
아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쓴 사람 뿐일 것이다.
이 시를 쓴 사람은 알까 당신의 글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고 눈물을 덜어냈는지.
오랫동안 간직해 온 단편 만화책이 있다. 나는 그 책이 좋아 방에서도 읽고 화장실에서도 읽고 빛이 바래고 표지가 닳을 때까지 잃고 또 읽었다. 대사도 외울 정도로 좋았다. 언젠가 듣기로 그 만화를 그렸던 작가가 사고로 사망했다고 했다. 그 작가도 누군가 당신의 책을 이렇게 좋아하고 다 낡도록 읽고 또 읽었다는 걸 알까. 알았으면 작가로서의 인생에 행복을 느껴주었을까. 작가 생전에 팬레터라도 쓸 걸 그랬다.
내가 당신들의 글과 그림을 이렇게 좋아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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